지난 2월16일 밤 9시께 인천에 소재한 알루미늄 가공업체 A사에서 야간조로 근무하던 L씨(28ㆍ여)는 갑작스레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느꼈다. 단순히 피로 때문이라 생각한 L씨는 새벽 2시에 조퇴를 하고 휴식을 취했지만, 오히려 몸 상태가 악화되며 눈이 보이지 않고 결국 의식을 잃었다. 급히 대형병원 응급실로 후송된 L씨는 치료를 받으며 의식은 회복했지만, 시력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L씨가 쓰러진 이유는 바로 메틸알코올 급성중독 때문. 해당 업체는 사고 발생 5일 전부터 원청업체에 제출할 시료 생산을 위해 메틸알코올을 이용해 왔다. 이 과정에서 L씨는 고농도의 메탄올 증기를 흡입했다.
경인지역 제조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관련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9일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사에 따르면 최근 경인지역 제조업체에서만 관련 사고로 5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해 12월30일 부천의 한 인쇄업체에서 Y씨(25)가 의식을 잃고 실명한 데 이어 올 1월16일과 22일, 26일에는 부천의 한 플라스틱 가공 제조업체에서 L씨(29) 등 3명이 잇따라 실명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 작업 과정에서 메틸알코올에 급성 중독됐다.
흔히 공업용 메탄올로 불리는 메틸알코올은 제조업에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컴퓨터로 제어되는 제조공정인 CNC 설비 가공 시 기계의 냉각ㆍ세척 용도로 주로 사용되고 화공 약품의 제조나 연료로도 쓰인다. 유독성이 강해 이를 흡입할 경우 초기에는 심한 두통과 구역질 증상이 나다가 심하면 의식불명이나 실명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안전한 대체물질인 에탄올이 있는데도 비싼 가격 탓에 상당수 영세 사업장들은 메틸알코올을 고집하면서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모두 상시근로자 100인 이하의 중소규모 업체였다. 안산 소재 한 금형업체 관계자는 에탄올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 메탄올을 이용하는 기업이 많을 수밖에 없다. 환기가 잘 안 되거나 보호장구가 잘 갖춰지지 않은 소규모 업체는 사고에 취약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메틸알코올 중독 사고를 예방하려면 작업장을 수시로 환기시키고 마스크ㆍ보호복 등 반드시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신현화 안전보건공단 경기지사장은 “화학물질 관련 기본적인 안전 지침만 잘 지키더라도 대형 인명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작업 전 안전점검을 생활화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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